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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에게 위촉한 후, 그 번역물에 대한 감수를 감수자에게 의뢰하였다. 그런데 감수자는 번역 내용에 대한 감수 이외에 상당 부분에 대해 수정·증감을 하였다)

Posted by techshield
2017. 1. 19. 09:30 IT, 저작권 이야기/[TS] 정보보호

갑 회사는 '일본 용어 해설집'을 번역·편저하여 '산업안전 용어 해설집'을 발행하였다. 그런데 최근 을 출판사도 같은 '산업안전 용어 해설집'을 발행하였는데, 갑의 '용어 해설집'의 일부를 똑같이 복제·이용하였다. 갑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을은 '산업안전 용어 해설집'을 발행하면서 '일본 용어 해설집'에 대한 번역을 특정인에게 위촉한 후, 그 번역물에 대한 감수를 감수자에게 의뢰하였다. 그런데 감수자는 번역 내용에 대한 감수 이외에 상당 부분에 대해 수정·증감을 하였다)

질문 내용은 갑과 을, 그리고 감수자 간에 얽힌 복잡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질문에 답변하기에 앞서 감수자의 법률상 지위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저작권법은 감수자를 저작자로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감수자는 저작물의 내용 또는 편집 등을 감독하고 총괄하는 자로서, 감수과정에서 저작물의 내용을 수정·증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감수자가 직접 그 저작물의 내용을 수정·증감하기보다는 당해 저작물의 저작자 또는 2차적 저작물의 작성자에게 수정·증감을 하도록 요구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감수자는 저작물의 작성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기보다는 저작물의 작성에 간접적으로 기여를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으며, 저작권법상 저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특정한 경우에는 감수자가 당해 저작물의 저작자 또는 2차적 저작물의 작성자와 함께 저작자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감수자가 당해 저작자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자의 동의를 얻어 당해 저작물에 수정·증감을 가한 경우에는 그들과 함께 공동저작자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저작자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동의를 받지 않고 감수의 범위를 벗어나 당해 저작물에 수정·증감을 가하는 경우에는 저작자 또는 2차적 저작물의 작성자의 저작인격권인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질문에서 갑은 '일본 용어 해설집'을 번역한 번역물에 자체적으로 수정·증감을 한 편역저자이다. 따라서 갑의 저작물은 단순한 번역물인 2차적 저작물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을이 단순히 같은 '일본 용어 해설집'을 갑의 저작물과 달리 독창적으로 번역했다면, 그 자체적으로 볼 때에는 저작권법상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을의 번역물에는 갑의 저작물의 일부가 그대로 복제·이용되었고, 또한 을이 감수자에게 감수 의뢰한 그 번역물에 수정·증감이 가해졌으며, 그 수정 및 첨가 부분이 갑의 저작물의 표현을 그대로 복제·이용한 상태이다.

을과 감수자의 책임 여부는 상대적으로 복잡하므로 먼저 을과 번역자의 갑의 저작물에 대한 침해 여부에 관해서 살펴보고, 그 다음에 을과 감수자의 번역자 및 갑에 대한 침해 여부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질문 내용에 의하면, 을의 번역자가 갑의 저작물과 동일한 표현을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감수자에 의해 수정·증감된 부분에 한정된 것인지, 수정·증감된 부분이 아닌 순수한 번역 내용 자체인지의 여부는 질문 내용만으로 보아서는 분명치 않으나, 전자의 경우에는 번역자의 책임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후자의 경우에 한해서만 번역자의 책임 소재를 검토하기로 한다. 결국 후자의 경우라면, 갑의 편역저작물의 상당량을 토씨까지 같도록 복제한 을의 번역자는 갑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따라서 갑은 을에 대해서는 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번역자에 대해서는 민사 책임뿐만 아니라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사 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을이 번역자의 위법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을도 형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음은, 을과 감수자의 번역자 및 갑에 대한 책임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다. 을이 감수자에게 번역물을 감수 의뢰하면서, 번역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감수 범위를 넘어 수정 및 증감을 하도록 하였는지의 여부이다. 질문 내용상으로는 분명하지 않지만, 만일 을이 번역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감수자에게 감수 범위를 넘은 수정 및 증감을 하도록 했다면, 을과 감수자의 행위는 번역자의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을이 번역자로부터 번역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았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인격권은 양도될 수 없는 일신전속권이기 때문에 을과 감수자의 행위는 번역자의 동일성유지권의 침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리고 을과 감수자는 번역권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 이외에도 갑이 수정·증감한 부분을 그대로 복제·이용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감수자가 수정·첨가한 부분이, 갑이 수정·첨가한 부분을 그대로 복제·이용하였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갑은 을과 감수자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다만, 갑이 을과 감수자 모두에게 민사 및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을이 감수자에게 감수를 의뢰하면서 수정 증감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감수자가 수정·증감을 하였으므로, 그 수정 및 첨가된 부분이 갑의 저작물상 표현을 그대로 복제·이용한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을은 감수자와 함께 고의에 의한 공동 불법행위 책임으로서의 형사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